연준 금리 동결에 인플레 우려 심화…채권 자경단 나서나(종합)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30일, 오후 07:37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2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미국채 30년물 금리가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중동 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수 있는데도 연준이 충분히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채권시장에서 확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미국채 30년물 금리는 10.5bp(1bp=0.01%포인트) 급등한 5.201%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5.244%까지 오르며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7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이날 금리 상승 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한 뒤 시장이 충격을 받았던 당시 이후 가장 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짚었다.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물 국채 금리도 약 7bp 상승한 4.671%를 기록했다. 반면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 금리는 4bp 내린 4.236%에서 거래됐다.

29일(현지시간) 기준금리 결정 이후 기자회견에 나선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사진=AFP)
29일(현지시간) 기준금리 결정 이후 기자회견에 나선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사진=AFP)
시장은 당장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판단하면서도 장기적으로 물가가 높은 수준에 머물거나 연준의 정책 신뢰가 약화할 위험은 더욱 크게 반영한 것이다.

이날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연 3.5~3.75%로 동결했다. 이번 결정에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았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강해지면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위원회의 결정은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며 “필요하고 적절한 경우 행동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번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겠다는 의지에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신뢰는 의무를 수행하고 책임을 완수하는 데 달려 있다”고 밝혔다.

워시 의장은 6월과 7월 FOMC 사이 장기채 금리가 상승한 것 자체가 금융 여건을 긴축하는 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사이 금융시장 가격은 멈춰 있지 않았다”며 “시장은 인플레이션 지표와 강한 경제성장에 반응했고, 그 결과 명목금리와 실질금리가 모두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연준의 역할을 채권시장에 맡기겠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루 브라이언 DRW트레이딩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워시 의장의 답변은 ‘시장이 우리 대신 일을 하도록 두고 있다’는 식으로 들렸다”며 “시장에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 답변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로버트 소킨 PGIM 미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이번 기자회견의 가장 큰 실패는 워시 의장이 왜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장기채 금리 급등이 연준에 실질적인 우려 요인이 될 것이라며 “연준은 신뢰를 잃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게 될 것이고, 앞으로 몇 주간 매파적 태도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워시 의장이 기존의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를 축소하고 향후 금리 경로에 관한 구체적인 단서를 거의 제공하지 않은 점도 채권시장의 변동성을 키웠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뢰크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시장에는 판단의 근거로 삼을 만한 것이 거의 없다”며 “연준이 어떤 근거로 금리 동결 결정을 내렸는지 파악하기도 다소 어려웠다”고 말했다.

중동 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은 연준의 정책 판단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격화되고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항이 크게 줄면서 6월 FOMC 이후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급등했다.

이날 주식 시장도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53.18포인트(-2.19%) 급락한 5만1594.14에 마감해 2025년 4월 이후 최대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12.63포인트(-1.52%) 내린 7316.15, 나스닥종합지수는 433.97포인트(-1.74%) 하락한 2만4442.94에 거래를 마쳤다.

사이먼 보메이커 뉴욕대 경제학 교수는 금리 인상 여부와 시기를 둘러싼 연준 내부의 의견 차이가 커지는 가운데 워시 의장이 취임 초기부터 중대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모든 연준 의장은 언젠가 시험받는다”며 “워시 의장은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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