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실시간 가격 책정…특가 항공권 줄어든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31일, 오전 12:31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인공지능(AI)이 항공권 가격 책정에 본격적으로 활용되면서 인기 노선에서 저렴한 항공권을 찾기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항공사들이 AI를 활용해 승객의 지불 의향과 실시간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해 운임을 조정하면서 과거 가격 책정의 빈틈에서 발생했던 ‘특가 좌석’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29일(현지시간) 미 댈러스 국제공항. (사진=AFP)
29일(현지시간) 미 댈러스 국제공항. (사진=AFP)
3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델타항공과 버진애틀랜틱 등 주요 항공사들은 수익을 높이기 위해 항공료 책정에 AI를 사용하고 있다. 국제유가와 인건비 등이 오르면서 비용 절감보다 좌석당 매출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항공권 가격 책정은 각 항공사의 ‘비법 소스’와도 같은 것으로,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AI 도입 전 항공사들은 ‘예약률이 25%를 넘으면 운임을 20% 올린다’는 식의 여러 규칙과 담당자의 분석에 따라 항공권 가격을 결정했다. AI 시스템은 과거 예약 패턴과 잔여 좌석, 계절적 수요뿐 아니라 경쟁사의 운임과 항공편 공급 변화 등 수십개 변수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수요 전망이 달라질 때마다 항공권 가격을 즉시 다시 산정한다.

AI 도입이 확대되면 성수기와 인기 노선에서는 항공사가 예상한 고객의 지불 의향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좌석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항공편의 좌석 점유율도 높아지면서 평균 운임과 전체 수익률이 함께 오를 수 있다. 반대로 비수기나 이용객이 적은 항공편에서는 빈 좌석을 채우기 위해 운임을 더 빠르게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

미국 항공기 운항정보 업체 볼란티오는 출발을 앞두고 특정 항공편의 수요가 급증하면, 이미 저렴한 가격에 예약한 승객 가운데 다른 항공편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는 고객을 찾아 바우처를 제시한다. 비워진 좌석은 출발 직전 예약하는 승객에게 더 높은 가격으로 다시 판매된다. 일본항공도 볼란티오의 고객사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페처는 웨스트젯과 아줄항공 등 약 10개 항공사에 AI 가격 책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동 분쟁에 따른 유가 변동과 항공편 취소, 경쟁사의 노선 철수 등이 발생하면 이를 즉시 반영해 전 세계 노선의 운임을 조정한다.

AI 활용이 확대되면서 개인정보를 이용한 가격 차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소비자단체와 일부 의원들은 항공사들이 향후 고객의 인터넷 검색 기록이나 소득 수준 등을 분석해 같은 좌석에도 서로 다른 가격을 부과하는 이른바 ‘감시 가격’을 도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가족의 장례식에 참석해야 하는 승객에게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델타항공은 고객의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운임을 정하는 AI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향후에도 사용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페처와 볼란티오 역시 개별 승객 정보가 아니라 집계된 시장 데이터와 예약 상황을 활용한다고 밝혔다.

항공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테리는 “항공사들은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곳에서는 운임을 높이고, 수요를 자극할 여지가 있는 곳에서는 가격을 낮출 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해 운임을 보다 역동적으로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