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가 메운 전기차 빈자리…배터리 3사 7분기 만에 '동반 흑자'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31일, 오전 04:25

[이데일리 송재민 기자] 국내 배터리 3사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앞세워 7개 분기 만에 나란히 흑자를 냈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남아돌던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돌리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용 수요를 흡수한 전략이 실적 반등으로 이어졌다. 전기차에 치우쳤던 국내 배터리 업계의 사업 구조도 ESS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의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 46시리즈 배터리가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의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 46시리즈 배터리가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30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매출 7조5602억원과 영업이익 1133억원을 기록했다. 삼성SDI는 매출 3조7688억원, 영업이익 2038억원을 냈고, SK온은 매출 2조9460억원과 영업이익 8218억원을 거뒀다. 배터리 3사가 동시에 분기 흑자를 기록한 것은 2024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3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삼성SDI와 SK온은 각각 7개 분기 만에 적자 터널을 빠져나왔다. 특히 삼성SDI는 시장의 적자 전망을 깨고 2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며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SK온 역시 고객 보상금 등 일회성 요인이 반영됐지만 분사 이후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3사의 반등을 이끈 핵심 축은 ESS였다. 전기차 캐즘으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자 기존 생산설비를 ESS용으로 전환해 고정비 부담을 낮췄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재생에너지 발전 증가로 북미 ESS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기차 판매 둔화로 생긴 공백을 빠르게 채웠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산업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에서 참관객들이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 라인업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산업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에서 참관객들이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 라인업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장 먼저 효과가 나타난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올해 상반기 ESS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6배 늘었고 전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 후반까지 높아졌다. 하이퍼스케일러가 최종 고객인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포함해 상반기에만 3조원 이상의 신규 ESS 수주도 확보했다. ESS 출하 확대에 힘입어 북미 공장의 가동률이 오르면서 전사 고정비 부담도 줄었다.

삼성SDI는 ESS뿐 아니라 무정전전원장치(UPS)와 배터리백업유닛(BBU) 등 AI 데이터센터용 고출력 제품 판매를 늘려 전기차 수요 부진을 상쇄했다. 미국 내 ESS 수주는 2029년까지 생산능력의 상당 부분을 채울 정도로 늘었다. 하반기 수주 예상분까지 고려하면 2028년부터 수요가 생산능력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추가 증설도 검토하고 있다.

SK온도 전기차용 배터리 판매 확대와 함께 ESS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키우고 있다. 포드와의 미국 합작사업을 재편해 테네시 공장을 단독 운영 체제로 전환한 데 이어 AI 하이퍼스케일러와 전력회사를 중심으로 ESS 수주를 확대한다. 국내 ESS 중앙계약시장 수주 경험을 바탕으로 북미까지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사진은 SK온 컨테이너형 ESS 제품. (사진=SK온)
사진은 SK온 컨테이너형 ESS 제품. (사진=SK온)
다만 삼성SDI는 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제외하고도 흑자를 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제외하면 아직 적자다. SK온의 실적에도 고객 보상금 등 일회성 수익이 상당 부분 포함됐다. 앞으로 ESS 생산량 확대와 공장 가동률 상승이 안정적인 수익성으로 연결되는지가 배터리 3사의 하반기 실적을 좌우할 전망이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됐다고 보기는 이르지만 ESS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존 생산설비를 활용할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며 “하반기에는 북미 생산라인의 가동률이 높아지고 ESS 수주 물량이 매출로 반영되면서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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